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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017-19 진안,사천,남해,구례 - liFe - 2013. 12. 2. 23:57

또한번 출장을 핑계로한 여행이다.


목요일 아침7시 잠실에서 출발해 진안에 도착하니 겨우 열시밖에 안됐다. 출근시간 피한다고 좀 일찍 나섰더니 너무 일찍 도착했다.
진안IC를 나오는데. 정면에 허여멀건 산봉우리 두개가 세로로 길쭉하게 올라있다. 이 무슨 대륙의 산도 아니고... 도로표지판을 흘깃보니 마이산이다.
도착해서야 알았는데. 강릉 처가집 한쪽벽에 붙어있는 그사진의 주인공이다. 어쩐지 무척 낯익다했다.
비스듬한 아침해를 받으며 산을 산책한다. 셔츠에 구두. 심지어 타이까지. 산에 있기에는 참 뻘쭘한 복장인데. 오랫만에 아침 산공기 상쾌하다. 기분 좋다.
같이간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뒷짐지고 쉬엄쉬엄 이삼십분쯤.
탑사가 나타났다. 멀리서 봤던 그 봉우리 사이에 수많은 돌탑에 끼워져있는 절이다.
역시 대륙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이국적인 경치이다.
봉우리는 자세히보니 흙과 돌의 거대한 반죽같은데. 어디 본적도 들은적도 없는 이상한 족보의 지형이다.
한바퀴 휙 돌고. 내려오는 길에 분위기 좋은 밥집 테라스에서 맛대가리 없는 김치찌게로 점심 해결하고.
시간 다되간다. 일하러갑시다.


4시반쯤 일이 끝났다. 사천으로 빨리 넘어가려는 우리의 속셈도 있었던 것 같고. 그럴수도있지.
부지런히 차를 몰아 사천으로. 시내를 피해 삼천포에 도착하니 6시가 좀 넘었다.
바닷가 모텔로 숙소를 잡고 옷부터 갈아입는다. 몸이. 후련하다.
숙소는 나름 오션뷰인데. 시설은 여관에 매우 가까웠다는. 구려.
그래도 오션뷰가 다음날 아침에 제대로 역할을 해줘서 나름 만족이다.

마이산에서 김치찌게는 맛도 없었는데. 양도 적었다. 가뜩이나 오후에 두시간 정도 말을 해댔더니 삼천포에 도착해서는 심하게 배가 고팠다. 사냥을 나가야지..
육해공을 놓고 아주 잠깐 고민을 했으나. 역시 우리는 바다에 온 것이고 후꾸시마따위는 오만년 전에 일어난 일인거다. 고려의 대상이 못된다.
그리하여 물고기를 잡아묵기로 했다. 횟집으로 갈까 어판장으로 갈까..? 항구에 왔으니 어판장이지.
사실 오는 길에 검색질로 어시장의 위치는 이마 파악이되 있었다. 걸어서 십분정도.
시장 한바퀴 휙 둘러보고 맘씨 좋아보이는 언니네에서 숭어 한마리 떠서 근처 횟집으로갔다. 특이하게 생긴 멍개와, 비단고기, 전어가 서비스로 올라왔다.
이 멍개는 맨날 먹던 빨간멍개보다 좀 덜 쌉쌉한데. 내입에는 그냥그냥. 비단고기는 쫄깃하니 꽤 맛있었고, 전어야 늘 맛있고, 메인인 숭어도 좋았다.
양도 둘이먹기 푸짐한 만큼이었었고. 실제로 좀 남았다.
시잘때기 없는 얘기를 주고받으며. 히히덕 거리다가 진지한 척하다가.
즐거운 대화였다. 내 오래된 친구들 이외에 이렇게 편하게 관심사를 나눌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않은데. 그것도 회사에서.
소주 한병, 두병, 세병쯤 비웠나? 아줌마 퇴근한댄다. 9시 반밖에 안됐는데... 어쩔수없지. 나와서보니 그 골목에 불켜진 집이 거의 없다.
아차. 여긴 서울이 아닌거다.

술 많이 안먹는 이 친구덕에 내가 두병 이상 마신것 같은데. 가게를 나와 담배를 한대 물었더니. 몸이 휘청한다.
그래도. 곧 죽어도 2차~ 오면서 봐둔 포장마차에서 꼼장어 하나 시켜놓고 또 주저리주저리.
나올때 현금이 모잘라 캐시포인트 찾느라 쑈한것같은데... 어쨋든 그게 그날의 마지막 기억이다.

다음날 아침. 눈이 부셔서 잠이 깼다. 오션뷰의 위력이다. 아홉시도 안됐는데. 쩝.
씻고나서 슬쩍 톡을 날려보니 대답이 없다. 이 인간 아직 자나보다. 멀뚱히 있기도 뭐하고해서 짐싸가지고 나왔다. 차에다 던져놓고. 동네산책이나 할라고.
차는 가로등아래 세워놨더니 갈매기똥 폭탄을 맞았다. 제길. 하필 여기다 세웠냐..
숙소앞 방파제를 서성거리는데 발밑에 물고기떼가 오락가락한다. 여시 남해. 풍요롭구나.
갑자기 전투의지가 솓구친다. 오늘밤에 낚시나 할까보다..
그렇게 방파제앞에 한참 쪼그리고 앉아 고기구경하다가 이제야 기어나오는 이 인간 잡아서 아침 묵으러 간다. 복지리. 해장된다. 맛있게 묵었다.


아직 사무실 들어가려면 시간은 좀 남았고.. 라떼 한잔 들고 해안을 서성거린다.
삼천포대교 바라보며 사진 몇장 찍고. 평일 오전에 바닷가 정자에서 무려 고기까지 구워 음주를 즐기는 아저씨들의 팔자를 부러워도해보고.
남서쪽 해안을 타고 올라가면서 마찬가지로 한량같은 바다를 같은 마음으로 즐긴다.
길이 끊긴 바닷가 작은마을도 들어가봤다가. 이순신 어쩌고저쩌고하는 공원에서 잠시 바람도 쐬었다.
그렇게 설렁설렁. 어느새 저멀리 사천대교가 보이고... 사무실 가까이 왔구나.
사천시청은 사천대교 동쪽끝 황량한 벌판에 참 생뚱맞게 우뚝서있다. 그옆에 우리 사무실. 위치는 확인했고.
그래도 좀 시간이남아. 사천대교를 건넜다. 대교위에 확트인 바다가 시원하다. 건너편 공원에서 담배 몇대 피고.
쭈쭈바가 땡겨서 슈퍼 찾느라 좀 깊이 들어갔던것 같은데. 그렇게 찾은 조용한 마을.
동사무소 마당 테이블에 앉아 선선한 바람에 기분좋게 쭈쭈바와 노가리 즐겨주시고. 이제 일하러 가자.
돌아오는길에. 바다배경으로 노래하던 브로콜리가 맘을 좀 후벼팠던것같다. 

 

세시간만에 일을 마치고. 이제 같이 온 친구는 서울로.
서울행 버스표 매진이라고 터미널에서 잠시 쑈를 했는데. 다행이 대전을 경유하는 노선을 뚫어 무사히 사천을 떠났고... 이제. 혼자 남았음.
남해를 보고싶어서 난 하루더 머물기로했던거다. 이제 슬슬 남해로 들어가볼까?
가는 길에 삼천포에 다시 들러 어제 묵었던 숙소에 두고온 핸펀 빠떼리 챙기고.
어제 눈에 거슬리던 공원을 잠깐 들어갔는데. 바다에 세워논 조각상도 그렇고. 울긋불긋한 조명도 맘에 안들고.. 벤치에 앉아 숙소 검색하다 나왔다.
남해에 찜질방이 몇개 있나보다. 오늘은 거기서 자는걸로... 하려고했다.
일단 출발.

남해.
관광지라 좀 어정쩡한 시골인줄 알았더니. 여기. 완전 시골이다. 삼천포대교를 넘으면서부터 불빛이 별로 안보인다.
중간중간 마을이 하나씩있는데. 마을 시작인가 하면 끝나버린다. 어쨌건 난 검색해둔 찜질방으로.
근데 찜질방 가는길이 수상하다. 이차선 해안로를 달리다가. 중앙선이 없어지더니. 가로등도 없어졌다.
빛이라고는 우리 애마 헤드라이트와 훤한 보름달. 그런길을 가다가.. 김기사가 도착을 알렸다.
불빛 하나 없는 길 한가운데에서. 자세히보니 간판이 있기는하다. 밤에는 안하나보네... 쩝.

하는 수 없지. 다른 찜질방으로. 남해에서도 가장 남쪽끝. 상주해변까지.
남해는 생각보다 컸다.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려서 상주해변의 찜질방 도착.
근데. 또. 문닫았다... 분명 구글은 24시간이라고했는데. 하긴. 사람이 있어야 영업을하지.
어쨌건 이때부터 약 30분간 맨붕. 이쯤되면 이동네 과연 영업을하는 숙소가 있을까싶다.
팬션은 좀 보이긴 하는데. 혼자와서 펜션질은 너무 소모적이기도하고 너무 쓸쓸하기도할 것같고.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전화했더니 역시 방 없댄다.
대책없이 온 내가 죄지. 검색 포기.
해변 주차장에 차세우고 무작정 그동네를 돌아다니다. 영업중인 여관하나 발견. 결국은 여기가 오늘 나의 누울자리이다.

잠깐 붕괴되었던 멘탈 재구축을위해. 가방던지고 산책나왔다.
역시 사람 한마리 보이지않는 백사장을 한참 걸었다. 오늘밤은 달이 참 멋있게 떴다. 바람도 파도도 잔잔하고.
사람을 피해 외진곳을 다니는데. 너무없으니. 오늘은. 외롭다. 무척. 우울한거다. 무척. 몇군데 전화해서 잠깐 수다 좀 떨었는데 별 도움은 안된다.
여관앞 슈퍼에서 맥주 한캔 사들고 숙소로. 티비 좀 보다가 잠들었다.


다음날 눈뜨니 열시가 좀 넘었다.
대충 아침 해결하려고 숙소앞 백반집에 들어가 된장찌게 하나 시켜놓고. 오늘 뭘해야할지를 생각한다.
사실 어디를 가야할지 뭘 해야할지 정해놓은게 하나도 없었다. 이쪽 동네 아는바도 없고 찾아볼 시간도 없었다. 대책없는거지.
마침 식당 한쪽벽에 남해 관광지도가 붙었다. 섬지도 빽빽히 사진과 그림이 실렸다.
그렇게 눈으로 지도를 쫓으며 보리암과 조랭이마을을 찾아냈다. 이렇게 들러서 이렇게 돌아 하동쪽으로 빠져나가면 되겠다... 속으로 경로를 그리며.
식사는 해물된장. 기대보다 맛이 좋았다. 좀 특이한 맛이었는데. 어쨌건 든든하게 천천히 많이 먹었다.

상주해변을 떠나 얼마 지나지 않아 보리암 간판이 보인다. 금산 등산로란다.
김기사는 아직 8KM더 가라는데... 차를 세우고 주차안내 아저씨한테 물어보니. 이쪽은 등산로고. 저쪽은 마을버스타고 올라간댄다.
왕복 세시간. 잘 됐다. 산도 좀 타고싶었는데. 그리고 까오가 있지. 마을버스가 뭐니..라는 생각으로.
트렁크를 뒤져 몇달간 짱박혀있던 지팡이를 찾고, 등산화를 고쳐 매고. 출발.

남해가 관광지라지만 어지간히 외진가보다. 가을 이 시기에 토요일인데. 산이 한적하다.
가을산. 그리고 오랫만에 찾은 산. 나름의 정취를 즐기며. 정확히 한시간 반을 올랐다.

그렇게 도착한.. 아. 보리암. 금산 정상 절벽위에 얹힌 작은 암자.
시야가 확 트인다. 켭켭이 줄지어 내려간는 산등성이. 그 줄기를 따라 저 아래 어제밤 헛헛한 마음에 서성이던 상주해변이 조그맣게 보이고.
그너머 펼쳐진 희뿌연 남해 바다. 그리고 그위에 툭툭 던져진 섬들.
아랫쪽 절간 난간 끝에 자리를 잡고 조용히 이 풍경을 바라본다.
이 엄청난 공간감에 내 눈이 혼란스러워한다. 늘 가까운 것, 작은 것만 보는 것에 익숙해져있다가 이 끝없는 심도를 어떻게 소화해야할 지 모르는거다.
넓게 트인 곳에 서면 늘 느끼는 당혹감이다.
이런 곳에서는 카메라가 무용지물이다. 자주 실수했던게. 찍었드지 이 장소를 소유했다고 그러니 만족스럽다고. 그러니 이제 돌아가자고...
하지만 손에 쥐게 되는건. 이 광활함은 온데간데 없는. 아무데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달력사진 같은 흔한 풍경사진 따위에 불과한 얕은 이미지 몇장.. 이었던 것같다.
내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으리라. 깊이 깊이 숨을 내쉬며 오랫동안 그 난간에 걸터앉아 눈의 혼돈을 즐겼다.
그리고. 그래도 포기할 수없는 소유욕에. 사진도 몇장 찍었고..^^

이런 것들을 발아래 내려두고 이 절은 조용히 앉아 있는거다.
총천연색 등산복으로 무장한 아줌마,아저씨들이 저급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어디 앉아 밥상 펼칠데 없나 두리번거리고
삐딱구두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허여멀건 여자들이 청바지입은 남자들에게 끌려 귀찮은 표정으로 절간 구석을 기웃거리는.
이 모진 하루하루를 견디며 이 녀석은 조용히 앉아 저 바다를 내려다보며 무표정으로 일관하는거다.
그래도 간절한 자세로 불공드리는 아줌마들 몇몇은 그 표정이 너무 선량해서 좀 뭉클하기도 했는데. 수능이 얼마 안남아서 그런가?

보리암을 지나 십분쯤. 금산 정상까지 찍고. 왔던 길로 산을 내려왔다.
높지는 않은데. 오랫만에 밟는 이 무지막지한 비포장에 체력이 좀 달린다.
그냥가기 허전해서. 산 입구 슈퍼에 들러 삶은 계란 세개, 맥주 한캔. 소나무아래 평상에 드러누워 맛있게 먹었다.
그러고나니 시간이 벌써 세시. 해떨어지기 전에 서둘러야겠다.

이제 해안가를 따라 차를 몬다.
귄순관, 메이트, 구와숫자들, 브로콜리가 돌아가며 노래를 하다가 좀 지겨울때쯤 플라시보도 등장했다가 메이져레이져가 쿵짝거리기도 했다가.
그렇게 중앙선도 없는 좁은 해안도로를 따라 구비구비 돌고 또 돈다.
왼쪽으로 따라오는 바다 풍경이 너무 좋아서. 중간중간 차를세우고 카메라를 들고 내렸다가...를 반복한다.
그러고보니 올 여름 꼭 이러면서 달렸던 지중해도 생각이 나고.

조랭이마을은 바닷가 계단식 논이 특이해서 관광지가 되었댄다. 이 논을 조랭이라고 하더라마는.
고 쪼끄만 마을에 사람이 꽤많다. 그래서 그런지 차세우는데도 좀 애를 먹었고.
마을은 아기자기한 어촌. 딱 맘에 드는데. 관광객들이 자꾸 거슬린다. 나도 관광객이긴 마찬가지긴 하지만서도.
휙하니 한바퀴 둘러보고. 저 아래 바닷가 바위쪽까지 길이 나있길래 거기까지 내려가 바위에 앉아 낚시 구경하면서 한참 멍때렸다.

 

 

그러고 나서 다시 차를 몰아 해안을 달리는데 슬슬 해가 떨어진다.
만나는 곳마다 남해는 눈부시게 아름다운데. 내 남은 시간은 이제 곧 끝나는 거다.
어제 이 섬에 들어오면서 알았듯이. 해지고 어두워지면. 여기에선 볼 수 있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아무게 없다.
그렇게 마지막 넘어가는 해를 어느 도로변에 걸터 앚아 아쉽게 아쉽게 보내줬다. 가지말고 조금만 더 보여줘. 조금만 더...를 속으로 외치며.
넘어간 해의 어스름한 기운 끝까지를 찌질하게 잡고있다가. 냉혹한 어둠에 서운해하며. 남해대교를 타고 섬을 빠져나온다.

밥때도 됐고. 너무 아쉽기도하고. 그래서 생각해낸게 구례의 그 선지내장탕 집. 어차피 올라가는 길이니까.
하동에서 섬진강따라 구례까지. 올 봄에 걸었던 그길을 지나 9시쯤 도착했다.
장사 끝내려는 쥔아저씨한테 사정해서 밥 한그릇 얻어먹고... 아. 이맛이 또 생각나면 우짜나.. 이런 생각 하면서.
그리고 그집 앞 그 벤치에 또한번 드러누워. 이게 또 마지막 여정이 되는구나. 하면서 담배 두대.

구례를 빠져나오면서 목청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아듀~ 아듀~ 아듀~... 또 못올 것도 아닌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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