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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512_부산,강릉,안산,대구 - liFe - 2013. 5. 12. 13:27
수요일. 부산행 10시 기차. 도착하니 새벽1시가 다됐다.
출출함을 편의점 라면하나로 때우고, 맥주한캔 손에들고 설렁설렁 역근처 모텔로.
이 시간에 골목에 사람이 많다. 외국인도.
찾아보니. 러시아인들이 모여사는 동네란다.
지나가는 남자들에게 들러붙는 모양이. 그리 밝은 동네는 아닌가보다.

다음날 교육을 좀 일찍 마치고. 광안리로 향한다.
지하철에서 산책삼아 걸을한 거리였긴한데. 같이간 아줌마들이 하이힐을 신었다.
투덜투덜. 다리 아프다고. 배고프다고.
여느때처럼 건물사이로 갑자기 등장한 바다. 이게 부산 바다의 매력이다.
아줌마들은 바다는 보는둥마는둥. 찍어놓은 횟집으로 간다.

칠성횟집.
부산지사 사람들도 이집을 얘기하던데. 머 거기서 거기겠지만서도.
입은 네개. 모듬회 한사라, 광어 한사라, 매운탕에 밥 반공기, 그리고 소주 각 일병. 
배도 적당히 부르고, 취기도 살짝 오른다.
조명들어온 광안대교 배경으로 백사장을 조금 걸었다.
목을죄는 셔츠와 배를 누르는 벨트. 발을 무겁게하는 구두. 묵직한 가방까지.
광안리 올때는 머 맨날 이러냐..



시내로나와 후발대 만나. 숙소부터 잡아놓고.

그저그러 족발과 맥주안주로 재미없는 공장얘기하다보니 벌써 오늘의 시간은 끝이났다.
도요코인?? 피곤해서 잠은 잘 잤다.

다음날 오전. 부슬부슬 비가온다.
전날 모텔에 두고온 왁스를 아쉬워하며. 뭔노무 호텔에 스프레이도 없냐며..
부시시한 머리로 호텔을 나온다. 강릉을 가야하니 터미널로.
흩뿌리는 비가 어설프긴한데. 나름 운치있다.
언젠가 국화도를 찾아가던 비오던 그날처럼.
내친김에 아껴듣던 브로콜리를 귀에 꽂았다.
터미널로 가는 전철창밖으로 구름걸린 산이 음악에 흔들린다.

강릉행 고속버스는 7번국도를 타고 포항과 경주를 지나 동해안을 오른다.
이제 날은 개었고 구름은 뭉쳤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며 먼 바다위를 흐른다. 깨끋해진 공기덕에 시야는 넓고 맑다.
해안선 사이사이 아름다운 작은 도시와 마을을 보며. 언젠가 이길을 걷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강릉부터 부산까지. 어쩜 다음 목표가 될지도 모르겠다.



6시간 걸린다는 버스는 4시간 반만에 강릉에 떨어졌다.

 오는내내 눈에 거슬리던 23사단 마크들이 앞서 터미널을 나간다. 휴가 복귀길에 바로 이 터미널에서 느꼈던 그 비참함.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감정은 선명하다. 

너희도 그렇니? 난 시내버스 타러간다. 길고 지루하지만 금방 그리워지고 서러워지더라. 잘 지내라~


준희는 그새 똘망똘망해졌다. 사람되어가는 과정은 분명 진행중인가보다. 
크기는 변한것같지 않은데.뭔가 실하고 알차진 느낌이다. 
그간 이동이 피곤했나? 이날밤 나는 눕자마자 금새 떨어졌다.

다음날 준희를 어머님께 맞기고 마눌과 안목을 나갔다. 날씨는 여전히 맑은데 바람이 좀 많다.
마눌은 오랫만에 외출이다. 분명 주중에는 어머님의 강력한 산후조리 정책에 의해 마당앞도 제대로 나가보지 못했을꺼다.
안목에도 바람이 상당하다. 햇볕은 물놀이감인데 파도가 심상치않다.
경포방향으로 맨끝 까페에 앉아 밀린 얘기를 했다. 
주중엔 어땠고, 준희는 어떻고, 건희는 어떻고, 7월 여행얘기도 하고.. 옆테이블에 바퀴벌레같은 못난커플 흉도 좀 보고.
뜨거운 물을 받아 마눌이 시킨 카모마일을 한번더 우릴까 하다가 창밖으로 화창한 날씨가 자꾸 왼쪽빰을 때리길래. 산책을 하기로 했다.
전부터 차로 해안도로를 다리며 봐둔곳이 있었다. 송정의 해송.
오늘은 차도 안가져왔고. 천천히 걷기좋다.

안목 끄트머리 간간히 가던 막국수집 부근에서 시작하는 해송길은 송정을지나 경포에서 잠깐 끊겼다가 사천을 거쳐 연곡까지 이른다.
바닷가 철조망을 따라 좁게 시작되는 해송길은 송정해변쯤에서는 넓은 군락지가 되는데.. 오늘 우리는 송정을 지나 군락지 끝까지 다녀왔다.
매번 지나칠때마다 차를 세우고싶은곳이었는데. 처가집에 와서 그렇게 한량을 부리기가 늘 쉽지 않았다.
빽빽한 솔밭 안까지 바람은 닿지 않는다. 하늘을 가린 솔잎은 그늘 밑 오솔길에 은은한 솔향을 차곡차곡 쌓아 내리고, 잘잘한 볕으로 얼룩진 그길을 따라 어슬렁거리며 걷다 쉬다를 반복한다.
저쪽 볕아래 숨어 마치 사냥감 보듯 우리를 지켜보던 고양이도 쫓아갔다가, 사방에 널린 솔방울을 마눌한테 투척도 해보고, 다음을 위해 돗자리 깔기 좋은 자리도 찜해놓기도 하고.



무척 기분좋은 산책을 끝내고, 산모가 너무 많이 걸었다고 투덜거리는 마누라를 택시에 실어서는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이제 또 가야하는구나.

준희 잘크고있고. 마눌도 몸조리 잘하고있거라... 하는데 어머님이 내손에 거대한 까만봉다리를 들려주신다.
안산 어른들 가져다 드리랜다. 머 들고다니는거 가뜩이나 싫어하는데. 거대한 짐에. 것도 꼬깃꼬깃한 까만 봉다리다.
어쨋든. 감사합니다하고. 강릉부터 마포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여러번 갈아타며 대중교통으로 까만봉다리 수송했다. 
내가 정장입고있지만 않았어도 좀 덜 쪽팔렸을 텐데.
어쨋든 안산 어른들은 맛있게 드셨다고 만족하셨으니. 그걸로 오케.

집에 오자마자 사흘간 숨막히던 셔츠부터 벗어 던지고. 샤워를 한다. 고속버스. 적당히 더워주어서 내내 진땀이 찐득했다.
이제 건희보러 가야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집을 나서 일주일 내낸 서있던 애마에 올라탔다.
앗. 근데. 조수석 창문이 열려있다. 지난번에 주차할때 열어놓고 안닫았나보다. 그간 비도 왔는데.
가지가지하는구나.
어쨌든 침입이나 도난의 흔적은 없고. 시트는 마를테고. 됐다.
안산에 도착하니 새벽 한시반이다. 바로 병원에 들러 자고있는 아들놈 얼굴한번 쓸어주고. 불쌍한 자식. 짠하네.
엄니랑 잠시 얘기좀 하다가 안산집으로 갔다.
아직 안자고있더 동생놈 꼬득여 델꼬나와 머릿고기에 소주한잔하고. 들어와 누운시간이 세시반. 잠시 핸드폰을 보고있다가 정신을 잃었다.

담날 다시 병원으로. 할머니와 복도를 산책중이던 건희가 뛰어와 안긴다.
몰랐던건데. 내새끼가 뛰어와 폭안기는 기분은. 참 특이하다.
뭔가 긍정적으로 매우 응축된 감정같은게 생기는데... 아니다. 찌질하니까 말자.

어머니 교회 보내드리고. 둘이 남았다. 왠지 불안하다.
핏자헛 한판 시켜줬더니 도우만 신나게 뜯어먹는다. 진짜 사람 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거다.
주사바늘 새로 꽂는다고 간호사들과 한참을 씨름하더니 결국 실패. 혈관 얇은것도 아빠닮아가지고.
힘이빠졌는지 한참을 자고. 오후에 두번째 씨름판을 열어서 겨우 발등에 꽂았다. 신경이 쓰이는지 걷는 모양이 절룩거린다.
그러고는 아빠랑 또봇 변신시키기를 무한반복하더니. 벌써 저녁시간.

건희야. 아빠 이제 가야되. 다섯밤자고 다시오께.
지난주에는 네밤자고온다고 했다가 건희한테 지적질 당했다. 네밤아니고 다섯밤이랜다.
말하기는 안되는놈이 듣기는 정확하다. 무슨 퇴익공부하듯이 말배우는것도 아닌데.

오늘도 다른날처럼 서운함을 표시한다.
건희가 서운을 표시하는 방법은..
첨에는 아빠엄마 못가게 하려고 분주하게 일을 마구 만든다. 책을 잔득 가져와 읽어달라 한다던지. 장난감을 좍 펼쳐놓고 이름을 하나하나 물어본다던지. 
시간을 끄는거다. 가지말라는 거다.
그러다 안되면. 좀 시무룩해 져서 다른 놀이에 혼자 집중한다. 
이때가되면 간다고 손을 흔들어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같이 손을 흔드는 경우도 있는데. 의무적이다.
이건 서운하다는거다. 잡아도 갈꺼 아는데. 그래도 서운하다는거다.

이러고 집을 나서면 매번 많이 안스럽다. 다행이 뒷끝이 길지않아 오래 우울해하지는 않는데.
그 어린놈에게 벌써 강해져야함을 가르치고있는 것 같아 민망하다.

안산을 나와 다시 텅빈 마포집으로.
라면하나 끓여먹고, 샤워하고. 주섬주섬 옷을 주서입고는 또 집을 나왔다. 낼은 대구. 오늘 가있는게 안전하다. 
어차피 집에서 같이자야할 사람도 없고.

기차에서 마신 맥주 한캔이 살짝 취기가 도는데. 이제 내려야겠다.
그냥 심심해서. 지난 5일. 정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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