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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어디로 갈까...하다가 또 강화도다. 

권보가 입이 마르게 칭찬한 고려산. 김포로 이사온 후로 강화가 만만해졌다.

정리 덜된 회사일을 내팽겨치고, 오후 휴가를 냈다.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처럼.


이래저래 백련사에 도착하니 6시.

권보는 산행이 오래 안걸린다고 했지만. 얼마나 걸릴지 감이 잘 안왔다.

먹거리를 쑤셔넣고. 묵직한 배낭을 힘겹게 들러맸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 무게감이. 참 마음을 설래게한다.


백련사 입구에서 산길따라 천천히 20여분.

나무사이로 하늘이 열리고. 도로가 나타났다. 좁긴 하지만 반듯하게 잘 딱인 아스팔트 길이다.

차는 없고. 양쪽에 무성한 나무들이 도로를 덮칠 기세다.

이 산중에 웬... 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군사시설인듯.

그길을 따라 또 20여분 정도. 

새소리가 경쾌하고, 내려보이는 바다가 시원하고, 걸음도 편하다.


정상에 헬기장. 배낭을 내리고 잠시 앉았다.

저멀리 오늘의 비박지가 보인다. 사방이 트인 봉우리에 참 이쁘게 깔린 데크다.

바람은 좀 불겠구나... 그 바로 아래 강화대교 쪽을 바라보는 넓찍한 데크가 하나 더있다.

오늘 숙소는 저기로 하자.


그렇게 점 찍어둔 곳 까지 또 10분 정도. 그리 힘들지는 않은 산행이다.

잠시 땀 좀 식히고. 카메라 꺼내서 렌즈 좀 껌뻑거리고..

오늘 박무가 꽤 짙어서 그리 깔끔하지는 않은 시야이다.

그렇게 보이는 듯 마는 듯 해도 낯을 보이지 않고 슬쩍 넘어가 버린다.

분위기 보니 이 산에 사람이 없는듯 하여 바로 텐트를 친다.

그렇게 얼추 자리 정리하고, 데크앞에 의자를 놓고 앉으니. 대략 8시 쯤이었던 것 같은데.


배가 매우 고프다. 점심 회사짬밥이 오래 못가기도하고, 이 저질 체력은 가벼운 산행도 버거운거다.

이제 가져온 음식을 테이블에 올린다.

권보가 싸온 머릿고기와 김치... 아.. 사랑스러운 새끼.

오다가 마트에서 집어온 치킨 한마리와 오뎅 한봉지. 

권보의 북어오뎅탕 레시피에 또한번 감동하면서. 맥주와 소주를 순차적으로 까내려갔다.

뭐... 이쯤되면. 살찌는 백패킹인거다.


더. 올라오는 사람이 없다. 이밤 이산은 우리꺼인가보다... 했는데. 11시쯤 한커플이 올라왔다.

저위에 바람많은 데크에 자리를 펴는 것같다. 

그 사람들 알짱거리는게 어렴풋이 보이긴 하는데. 뭐 신경쓰이거나 방해받을 정도는 아니다.


해지고 나서 구름이 산등을 타고 오락가락한다.

우리 자리가 자꾸 구름에 들락날락하는 와중에 바람도 꽤 세다.

도시는 태풍후에 열대야라고 난리인데. 산중은 이 여름에도 반팔옷으로 버티기가 어려운거다.

날씨를 만만히보고 긴팔 옷을 챙기지 않은터라. 침낭을 두르고 앉았다.


산은 고요하고. 우리 말소리와 풀벌레 소리만 나직하다.

술은 습기를 잔뜩 머금은 찬공기가 대신 마신다. 꽤 들어갔는데 취하지도 않는거다.

까만 산. 어둠이 피어나오는 듯한 단색의 까만산. 참 매력적인 민밋함이다.


늦게까지 수다가 길었다. 사는 얘기가 다들 그렇긴하겠지만. 이노무 자식 사는 것도 평탄하지만은 않다.

그렇게 현재와,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소근소근 놀다보니 시간이 꽤 늦었다.

12시를 넘겨 텐트에 들어가서는 죽은 듯이 잘잤다.

그러고 보니 이번주에 4시간 이상 잔 날이 하루밖에 없었구나.


텐트를 열고 들이마시는 아침 첫 공기의 맑음이 매우 진하다. 

베시시 눈을 뜨고 내다보니 그 진한 느낌은 짙은 안개였나보다.

어제 흐릿하게 보이던 산아래 마을은 커녕 바로 옆 능선도 안보인다.

권보는 미리 일어나 서성대고 있다. 새벽에 근처 짐승소리에 깼다는데... 헐.

따듯한 커피로 정신을 좀 차리고. 어제부터 담배맛도 심상치가 않다.

맛 좋은 차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좋은 물이라더만.. 담배맛의 포인트는 좋은 공기인가보다. ㅡㅡ;;


아침 대충 차려먹고 7시가 좀 넘어서 산을 내려온다.

미련을 뚝뚝 흘리며... 

또 와야할 곳이 또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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